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5일(이하 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서 추가 금리인상 옵션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당장은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금리를 올리더라도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전날 엔비디아의 또 한 번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 연설에 대한 우려로 큰 폭으로 하락했던 뉴욕증시는 막상 연설에 예상 못했던 내용은 없다는 판단으로 상승 반전했다.
신중히 진행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의 이날 잭슨홀 컨퍼런스 연설에는 두 가지 엇갈린 목표에 동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의 고심이 담겼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경제 성장을 한편으로는 억누르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경착륙을 피할 수 있을지 그가 고심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파월은 이날 연설에서 미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떨어뜨릴 만큼 충분히 둔화되지 않을 경우 올 후반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신중하게 진행(proceed carefully)'하겠다는 점을 두 번이나 언급했다.
WSJ은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점을 두 차례 언급한 것은 일단 다음달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급하게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파월은 "지금까지 얼마나 왔는지(금리를 얼마나 올렸는지)를 감안해 앞으로 회의에서는 신중하게 진행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책금리를 더 옥죌지, 아니면 일정하게 유지하고 추가 데이터를 기다릴지 결정할 때" 더 신중하게 행동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압력 여전
파월은 그러나 추가 금리인상은 신중히 결정하겠다면서도 경제 흐름이 연준 예상과 달리 둔화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나타나는 조짐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장기 추세가 앞으로 2% 밑으로 떨어지는 대신 이를 웃 돌 것임을 예고하는 추가 데이터가 나오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12차례 FOMC 가운데 단 한 번만 빼고 11 차례 금리를 올렸다. 0~0.25%였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지난달 25~26일 회의에서 0.25%p 더 올려 22년 만에 가장 높은 5.25~5.5%로 끌어올렸다.
6월 FOMC에서는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로 5.5~5.75%를 전망한 바 있다.
이 예상대로라면 올 후반 금리가 한 차례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7월 회의에서는 추가 금리인상이 미 경제를 불필요한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6일 공개된 FOMC 의사록에서 복수 위원들이 이같은 우려를 내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파월은 25일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다수의 우려와, 과도한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한 소수의 우려 모두를 연설에 담았다.
금리 인상 종결에 방점
파월의 이날 연설은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면서도 일단 금리인상은 끝났다는 점에 방점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버코어ISI 부회장 크리슈나 구하는 파월은 "아마도 금리인상을 끝냈다고 생각하면서 점진적인 (정책) 이동을 위한 공격적인 공중엄호를 제공하기 위해 엄중한 어조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하강을 지속하면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의지를 신중하게 나타냈다는 것이다.
구하는 그러나 동시에 파월이 "지금의 성장 반등을 감안할 때 추가 금리인상이라는 옵션 역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역시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반반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파월 연설 뒤 11월이나 12월에 연준이 또 한 번 금리를 0.25%p 더 올릴 가능성을 이전보다는 소폭 높게 평가했다.
9월 FOMC에서는 현 수준인 5.25~5.5%로 동결될 가능성이 80.5%로 거의 확실시되지만 11월과 12월에는 금리가 지금보다 0.25%p 높을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보고 있다.
10월31일~11월1일 FOMC에서 동결될 가능성은 하루 사이 50.6%에서 42.6%로 낮아진 반면 5.5~5.75%로 높아질 가능성은 42.2%에서 48.2%로 올랐다.
올해 마지막 FOMC인 12월 12~13일 현 수준으로 동결될 가능성은 49.9%에서 44.8%로 소폭 낮아진 대신 5.5~5.75%로 끝날 가능성은 39.1%이던 것이 45.1%로 높아졌다.
한편 뉴욕증시는 파월 연설 이후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장 마감을 약 한 시간 앞두고 나스닥지수는 1% 넘게 올랐다.
송경재 기자 (dympn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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